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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 와 문학文學

◈ - 심훈 (沈薰) / 그 날이 오면

by 준원 김재훈 2009. 2. 28.

 

 





 

심훈(沈薰) 

 

 

 

 

 

심훈은 1901년 9월 12일 서울 노량진 현 수도국 자리에서 조상 숭배의 관념이 철저한

부 심상정과 파평 윤씨 사이에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조선조 말 중류 가정의 출생으로 온후한 성품을 지녔고 뛰어난 재질을 지닌 여인이었다.

심훈은 본명은 대섭이고 소년 시절에는 금강생, 중국 유학 때는 백랑(白浪), 1920년 이후에 훈(薰) 이라고 썼다.

1915년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경성제일고보(후의 경기중)에 입학하여,

작곡가 윤극영과 은행가 윤기동과 함께 미남 행렬 속에서 명석함을 자랑했다.

1917년 3월 외족이며, 명문인 후작 이해승의 누이 전주 이씨와 혼인하여 심훈이 해영(海映)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3․1운동 때(제일고보 4학년, 19세 때) 만세운동에 참가했다가 3월 5일 피검되어 집행유예로 풀려나와 중국으로 망명길에 올라

변장을 하고(안경을 쓰기 시작) 상해를 거쳐 항주에 이르러 지강(之江)대학 국문학과에 입학한다.

여기에서 이동녕과 이시영 등과 알게 되고 귀국한 후 안석주 등과 교우하여 극우회를 만들기도 했다.

 

 


 

그 날이 오면 / 심훈(沈薰)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이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 같이

                       

종로의 인경 머리로 드리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리까. 

            

그 날이 와서, 오호 그 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기어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쳐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이 시는 1930년 3월 1일에 쓴 작품입니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의 외적 통제가 강화되어 식민지 지배 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될 때,

3·1 기미독립선언일을 기념하고 해방의 날을 그리며 쓴 시인 것입니다.

 

민족 해방의 그날을 구체적으로 노래한 이 시의 강렬한 호소력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 삼각산이 춤춘다,

한강물이 뒤집힌다 - 한 시인의 환각(관념적 극치)에 있습니다.

 

 까마귀가 종로의 인경을 받아 종소리로 울린다는 말은 당시 문화 운동이라는 미명 아래 시행된 개량적·

간접적 교육 우선주의 노선에 대해 경종을 울리려는 노력의 하나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육조는 과거 전통성의 상징인 곳입니다.

북은 민족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