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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 와 문학文學

◈ - 최남선 (崔南善) /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외 1 편

by 준원 김재훈 2009. 2. 25.

 





 

 

 최남선(崔南善)

 

 

육당 (六堂), 최남선(崔南善)

 

 

 

대몽최(大夢崔), 공륙(公六), 육당(六堂), 일람각주인(一覽閣主人), 한샘

1890년 서울 출생

1904년 일본 동경부립 제일 중학(東京府立第一中學) 입학, 2개월만에 귀국

1906년 와세다(早稻田) 대학 고등사범 지리역사학과 입학

1908년 종합 월간지 『소년』 창간

1914년 종합 월간지 『청춘』 창간

1919년 3․1 운동시 <독립 선언서> 기초. 체포되어 다음해 출옥

1922년 (동명) 발간

1938년 만주 신경(新京)에서 ‘만몽일보사(滿蒙日報社)’ 고문 역임

1949년 해방 후 친일 반민족 행위로 기소, 수감되었다가 병으로 보석 출감

1957년 사망

 

시조집 : 『백팔번뇌(百八煩惱)』(1926)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1

처……ᄅ썩, 처……ᄅ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ᄅ썩, 처……ᄅ썩, 척, 튜르릉, 꽉.

 

2

처……ᄅ썩, 처……ᄅ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 것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ᄅ썩, 처……ᄅ썩, 척, 튜르릉, 꽉.

 

3

처……ᄅ썩, 처……ᄅ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通寄)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秦始皇), 나파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ᄅ썩, 처……ᄅ썩, 척, 튜르릉, 꽉.

 

4

처……ᄅ썩, 처……ᄅ썩, 척, 쏴……아.

조그만 산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5

처……ᄅ썩, 처……ᄅ썩, 척, 쏴……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처……ᄅ썩, 처……ᄅ썩, 척, 튜르릉, 꽉.

 

6

처……ᄅ썩, 처……ᄅ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

처……ᄅ썩, 처……ᄅ썩, 척, 튜르릉, 꽉.

 

 

 

 

1908년 <소년>에 발표된 이 시는 신체시의 대표작이다.

이 시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 형식의 과도기성, 불안정성과 내용의 계몽성에 있다.

형식면에서 볼 때 이 시는 한 연 단위로는 내재율에 지배받는 자유시처럼 보이지만

 시 전체의 각 연에 대응되는 행마다 모두 일정한 자수율을 가진다는 점에서 정형성을 가진 '준자유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전통적 음수율에서 벗어난 새로운 리듬과 의성어의 효과적 사용,

구어체의 대담한 표현 등은 문학사의 새로운 면모이다.

* 나파륜 : 나폴레옹

 

 

근대 잡지의 효시인 『소년』 창간호 권두시로 발표된 이 작품은 서구 자유시의 영향을 받아 창작된 최초의 신체시(新體詩)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전대(前代)의 고전시가 형식인 3․4조 내지 4․4조의 엄격한 율격을 깨뜨렸지만,

각 연의 대응되는 행의 자수(字數)가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창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 연씩 떼어놓고 볼 때는 정형적 자수율을 전혀 갖지 않은 자유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아울러 독자에게 바다의 웅대함을 느끼게 하는 '처……?썩, 처……?썩, 척, 쏴……아'와 같은 의성음(擬聲音)까지

 사용하는 파격적 (破格的) 리듬을 창조한 점에서는 근대적 성격을 어느 정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꽃 두고

 

나는 꽃을 즐겨 맞노라.

그러나 그의 아리따운 태도를 보고 눈이 어리어,

그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코가 반하여,

정신없이 그를 즐겨 맞음 아니라

다만 칼날 같은 북풍(北風)을 더운 기운으로써

인정 없는 살기(殺氣)를 깊은 사랑으로써 대신하여 바꾸어

뼈가 저린 얼음 밑에 눌리고 피도 얼릴 눈구덩에 파묻혀 있던

억만 목숨을 건지고 집어 내어 다시 살리는

봄바람을 표장(表章)함으로

나는 그를 즐겨 맞노라.

나는 꽃을 즐겨 보노라.

그러나 그의 평화 기운 머금은 웃는 얼굴 흘리어

그의 부귀 기상 나타낸 성(盛)한 모양 탐하여

주책(主着)없이 그를 즐겨 봄이 아니라

다만 겉모양의 고운 것 매양 실상이 적고

처음 서슬 장한 것 대개 뒤끝 없는 중 오직 혼자 특별히

약간 영화 구안(榮華苟安)치도 아니고, 허다 마장(許多魔障) 겪으면서도 굽히지 않고,

억만 목숨을 만들고 늘어 내어 길이 전할 바

씨 열매를 보유함으로

나는 그를 즐겨 보노라.

 

 

이 시는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통해 제기된 우리 시가의 근대성 획득 문제가 그대로 대두되고 있는 작품으로

 1․2연의 자수율이 동일할 뿐 아니라,

표현도 진부한 설명의 차원에 머물었으나,

시적 발상과 행간의 처리 등에 있어서는 전대에 비해 한결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분히 교훈적이고 계몽적인 내용의 이 시는 1연에서는 꽃을 즐겨 맞는 이유를, 2연에서는 꽃을 즐겨 보는 이유를 노래하고 있다.

시적 자아*가 꽃을 즐겨 맞는 이유는 '아리따운 태도'와 '향기로운 냄새'라는 꽃의 표면적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더운 기운'과 '깊은 사랑'으로 대표되는 꽃의 내면적 의미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꽃은 '칼날 같은 북풍을 더운 기운으로써' 대신해 주고

 '인정 없는 살기를 깊은 사랑으로써 대신하여' 주는 존재로서 따스한 기운과 깊은 사랑으로 우주 만물을 소생시켜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