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에돔
포인트다 여겨지는 갯바위에 자리를 잡고 낚시 채비를 열심히 하다 보니 희미끄레하게 동이 튼다.
하늘에 구름 한점 안 보이는 것이 겨울날씨 답지 않게 화창 할 것 같아 마음부터가 상쾌한 느낌이 든다.
늦겨울 2월 새벽녘이라 그런지 추위가 만만치가 않지만,
밑밥을 뿌리고 채비를 갯바위에서 10m 정도 떨어져 포말이 살짝 이는 곳에 던져 놓고는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
귀까지 가려지는 겨울용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틈새로 안개 같은 입김이 나옴을 느낀다.
지금의 바램은 대물급 벵에돔이 힘찬 입질이 기대되는 마음으로
바닷물의 흐름에 맞겨진 제로찌만을 신경을 바짝 곤드 세우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른 새벽에 찿은 갯바위 낚시, 잡고기가 없고, 씨알이 굵으며,
물고기가 먹이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조과를 기대하는 꾼들은 모두가 이 여명의 시간을 선호하는 것이다.
얼마가 지났을까, 물위를 유유하게 흐르던 제로찌가 물속으로 힘차게 빨려 들어간다.
순간적인 나는 속으로 “왔다”라는 중얼거림과 동시에 힘차게 챔질을 한다.
묵직함이 손을 통하여 전신에 전륜이 흐른다. 모든 꾼들은 이 순간을 위해 낚시를 한다고 할 만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다.
얼마만큼의 힘 겨루기가 끝나고 바닷물 위로 얼굴을 내민 것은 검은 모습이면 서도
곱게 보이는 푸른빛이 감도는 아주 예쁜 40cm급 벵에돔이다
벵에돔!
올려놓고 보니 일반 벵에돔이다.
우리 주위의 갯바위나 방파제에서 흔히 접할수 있는 종류라면 일반적인 벵에돔과 긴꼬리 벵에돔이 있다.
일반 벵에돔과 긴꼬리 벵에돔은 서로 유사하여 꾼이 아니면 구분하기가 쉽지않다.
긴꼬리 벵에돔은 일반 벵에돔보다 꼬리지느러미가 길고 꼬리자루가 가늘며, 꼬리지느러미 양끝이 뾰족하고,
아가미 뚜껑 가장자리가 검은 띠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으로 구분을 하며 두 종은 자연에서도 구분없이 섞여 살아간다.
이 녀석은 수온이 18°c~25°c 되는 따뜻한 바다를 좋아 한다지만 바다의 수온을 살펴가며 낚시를 한적은 한번도 없다
특징이라면 한 마디로 '검다'는 것이다. 주둥이는 짧고 앞 끝이 둔하게 생겼다.
몸은 전체가 검지만 그다지 짙은 흑색이 아닌, 약간 푸른빛을 띤 흑회색을 띠며 등보다는 배쪽이 옅다.
벵에돔은 경계심이 강하며 한 마리가 움직이면 모두 따라 움직여 가는 습성이 있으며,
치어인 벵에돔은 무리지어 다니지만, 5년생을 넘어선 중대형급은 낱마리로 깊은 수심층에 머문다.
벵에돔 낚시는 봄 보다는 여름, 여름 보다는 가을에 조황이 앞선다.
수온이 안정되면서 조황 기복이 심하지 않을 뿐더러, 씨알도 차츰 굵어지는 양상을 띤다.
벵에돔이 상층으로 떠 오를수 록 챔질 타이밍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낚시자리 주변에 벵에돔을 묶어 놓으려면 크릴 보다는
빵가루를 꾸준히 뿌리는 것이 좋으며 또 많은 양을 한번에 뿌리기 보다는 조금씩 자주 품질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다. 편광안경을 꺼내 쓰고는 밑밥 운영도 열심히 해 보지만 소식이 없다.
"포인트를 옮겨봐" 라는 생각에도 미치지만 이미 해가 중천인데...
파도가 멍석 말이로 밀려 왔다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바라 보는데 찌가 곤두박질 친다
오랜만이다 싶어 챔질을 했지만 힘없어 딸려 온 것은 자리돔 한 마리, 잡어의 등장을 예고한 것이다.
오늘의 조과는 첫수에 이어 30센티가 안되 보이는 두 마리의 벵에돔이 전부이다.
채비를 걷어 챙기고 나서 남은 밑밥이랑 미끼인 크릴을 바다에 몽땅 쏟아 놓으니
어디서 왔는지 잡어가 새까맣게 몰려든다.재내들 잔칫날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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