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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 와 문학文學

◈ - 조병화 (趙炳華) - 비를 좋아 하는 사람은 외12편

by 준원 김재훈 2009. 1. 7.

 



조병화(趙炳華)

 

 

 

출생 : 1921년 5월 2일

사망 : 2003년 3월 8일

출신지 : 경기도 안성

학력 :도쿄고등사범학교

데뷔 :19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

경력 :세계시인대회장
세계시인회의 계관시인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조병화(趙炳華)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함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덫을 모르는 가엾은 사람이란다.

 


우리가 삶에 지쳐 있을 때 서로 마음 든든한 사람이 되고

때때로 힘겨운 인생의 무게로 하여 속마음 마저 막막할때

우리 서로 위안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사랑에는 조건이 따른 다지만

우리의 바램은 지극히 작은 것이게 하고

그리하여 더주고 덜 받음에 섭섭해 말며

문득 스치고 지나는 먼 회상속에서도

우리 서로 기억마다 반가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고단한 인생길 먼 길을 가다

어느날 불현듯 지쳐 쓰러질 것만 같은 시기에

우리 서로 마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혼자 견디기엔 한 슬픔이 너무 클때

언제고 부르면 달려올수 있는 자리에

오랜 약속으로 머물길 기다리며

더 없이 간절한 그리움으로

눈 시리도록 바라보고픈 사람

우리 서로 끝없이 끝없이 기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글 중




비를 좋아 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 이란다.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 이란다.


힘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을 모르는 가엾은 사람 이란다


비를 좋아 하는 사람은/조병화




하루는 또 저물고, 어둠은 또 밤의 날개를 타고 내리는데,

마음의 등불들은, 비와 안개를 헤치고 밝아 오누나.

이 슬픔과 이 괴로움은 어인 것인가..


나에게 어떤 노래를 들려 다오, 친구여

이 자리를 잡지 못해서 방황하는 영혼을 잠재워 주고,

하루의 악몽을 몰아낼 수 있는 소박한 노래를 불러 다오.


결코 시대의 위대한 시인이나,

거룩한 이름을 남긴 대가들의 노래들만을 들려주지는 말아다오.

왜냐면 이런 대가들의 위대한 업적들은 마치 군대의 행진곡처럼

인생의 끊임없는 노력과 피나는 고통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란다.


오늘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소박한 휴식..

나에게 들려 다오, 좀더 소박한 노래를,

여름의 구름 사이에서 소나기가 내리고 눈에서 눈물이 솟듯이,

자연스럽게 마음 속에서 솟아나온 그런 소박한 노래..

이런 노래는, 나와 같이 근심 걱정이 많은 사람들의

잠 안 오는 밤을 쓰다듬어 잠들게 하여 주는 힘이 있다네.

기도를 올린 후 찾아 오는 하느님의 은총과도 같이..


롱펠로우



















 

 

 

 

 

너와 나는
조병화(趙炳華)

 

 

이별하기에
슬픈 시절은 이미 늦었다

모두가 어제와 같이 배열되는
시간 속에
나에게도 내일과 같은
그날이 있을 것만 같이
그날의 기도를 위하여
내 모든 사랑의 예절을 정리하여야 한다

떼어버린 카렌다 속에, 모오닝커피처럼
사랑은 가벼운 생리가 된다
너와 나의 회화엔
사랑의 문답이 없다

또하나 행복한 날의 기억을 위하여서만
눈물의 인사를 빌리기로 하자

하루와 같이 지나가는 사람들이었다
그와도 같이 보내야 할 인생들이었다

모두가 어제와 같이 배열되는
시간 속에
나에게도 내일과 같은
그날이 있을 것만 같이

이별하기에 슬픈 시절이 돌아간
샨데리아 그늘에 서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작별을 해야 한다

너와 나는.

 

 

 

 

 

팔려가는 소

조병화(趙炳華)

 

 

팔려가는 소보다 쓸쓸한 풍경이
또 있으랴
시골버스 창 너머로 줄지어 보이는
장터로 가는 소들
나는 그 눈들을 볼 수가 없다

강을 끼고 도는
어느 읍내 가까운 긴 장길
자동차 나팔 소리에 놀라며 피하며
두리번 두리번 끌려가는 소들

그 순종에 젖은 한국의 눈들을
어찌 차마 볼 수 있으리

눈을 감으면 어렴풋이 보이는
먼 부처님 미소
죽음을 철학해 왔지만

나는 아직
죽어서 가는 길을 모른다

미련을 덜어내며 이쯤 살아온 길
소망이 있다면 고통 없는 죽음뿐

팔려가는 소의 가슴으로, 오늘은
내가 내게 팔려간다.

 

 

 

 

 

 

고독한 마음의 자리처럼

조병화(趙炳華)

 

 

고독한 마음의 자리처럼
편안한 자리는 없다

고독한 마음의 자리처럼
자유스러운 자리는 없다

아, 고독한 마음의 자리처럼
너그러운 자리는 없다

고독한 마음의 자리처럼
한없이 아늑한 자리는 없다

이쯤 살았어도.

 

 

 

 

 

낙엽끼리 모여 산다

조병화(趙炳華)

 

 

낙엽에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가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마시고 산다
비 내리는 밤이면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
밤은 나의 소리에 차고
나는 나의 소리를 비비고 날을 샌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낙엽에 누워 산다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

 

 

 

 

 

낮과 밤 ·16

조병화(趙炳華)

 

 

 

너를 보고 싶던 내 눈은
지금 너를 보고 있지만

너를 보고 싶던 내 눈은
지금 너를 보고 있지만

너를 보며 네가 없다
너를 보며 네가 없다.

 

 

 

 

 

 

천적

조병화(趙炳華)

 

 

 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 거다

 



 

 

 

 

행복

 조병화(趙炳華)

 

 

사랑하시오
사랑하시오

서서히 사랑하시오
시간과 사귀며
서서히 사랑하시오

이 세상 끝까지
서서히
시간과 사귀며
뜨거이 사랑하시오
오래 감사히 사랑하시오.

 

 

 

 

 

소망

조병화(趙炳華)

 

 

 

소망같이 피곤한 것이 어디 있으랴
소망같이 어두운 것이 어디 있으랴
소망같이 쓸쓸한 것이 어디 있으랴
소망같이 외로운 것이 어디 있으랴

풀 곁에 흙이 있듯이
너와 나는 그렇게
있다 가자!

소망같이 외로운 것이 어디 있으랴
소망같이 쓸쓸한 것이 어디 있으랴
소망같이 어두운 것이 어디 있으랴
소망같이 피곤한 것이 어디 있으랴

 

 

 

 

 

사막

 조병화(趙炳華)

 

 

 

사막은 항상 추억을 잊으려는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하더라

 

사막엔 지금도 <마리네디트리히>가 신발을 벗은 채 절망의 남자를 쫓아가고 있다고 하더라

 

사막의 별에는 항상 사랑의 눈물처럼 맑은 물이 고여 있다고도 하더라


  시인이라는 나는 지금 서울 명동에서 술을 술술 마시고 있는데 항상 이런 인간사막에 살고 있는 것만 같아라

  사막이여 물은 없어도 항상 나에게 밤과 별과 벗을 …

  사막은 항상 네 마음 내 마음 가까이 사랑이 떨어질 때 생긴다고 하더라.

 

 

 

 

 

 

너의 마음에

조병화(趙炳華)

 

 

 

나의 말이 너의 마음에
자릴 잡지 못한다 해도

나의 말이 너의 마음에
집을 짓지 못한다 해도

나의 말이 너의 마음에
새겨지지 못한다 해도

나의 말이 너의 마음에
바람처럼 바람처럼
지나간다 해도.

 

 

 

 

 

남남 27

조병화(趙炳華)

 

 

 

네게 필요한 존재였으면 했다
그 기쁨이었으면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지닌 슬픔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번뇌라든지, 일상의 그 아픔을
맑게 닦아낼 수 있는 네 그 음악이었으면 했다
산지기가 산을 지키듯이
적적한 널 지키는 적적한 그 산지기였으면 했다
가지에서 가지로
새에서 새에로
꽃에서 꽃에로
샘에서 샘에로
덤불에서 덤불로
숲에서 숲에로
골짜기에서 골짜기에로
네 가슴의 오솔길에 익숙턴
충실한 네 산지기였으면 했다
그리고 네 마음이 미치지 않는 곳에
둥우릴 만들어
내 눈물을 키웠으면 했다
그리고 네 깊은 숲에
보이지 않는 상록의 나무였으면 했다
네게 필요한, 그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남남 ·2

 조병화(趙炳華)

 

 

 

날 뽑아버려라
심으 날 뽑아버려라
깊이 내린 뿌리만큼 날 뽑아 버려라
아픈 사랑만큼 날 뽑아버려라
그리고 그날이 오면
널 뽑아가거라
아픈 사랑만큼 널 뽑아가거라.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趙炳華)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 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 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무 가지에서, 물 위에서, 뚝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