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오(兪鎭五)
유진오(兪鎭五)
약력
1906년 서울 출생 1939년 조선문인협회 발기인 1941년 국민총력조선연맹 문화부 위원
1942년 11월 3일 대동아문학자대회 1차대회 참가 1943년 8월 25일 대동아문학자대회 2차대회 참가
1945년 조선언론보국회 평의원 1947년 대한민국 제헌국회헌법 기초위원
1952∼65년 고려대 총장 1960,61년 한일회담 수석 대표
- 작품 목록
1940.7 소감 삼천리 1942.3 지식인의 표정 국민문학 1942.11 국민문학이라는 것은 국민문학
1943.1.9-13 동양과 서양 매일신보 1943.6 환멸 신시대 1943.10 부상견문기 신시대
1943.11.18 병역은 큰 힘이다 매일신보 1944.9 우리가 반드시 승리한다 신시대
1940년 초반에 일본 문화학원을 다님
1946년 김상훈 등과 함께 {전위시인집} 발간
조선문학가동맹에 참여하여 활동
1947년 빨치산 문화선전대로 지리산에 들어감
1949년 10월 군법 재판에서 사형 언도를 받은 후 감형되었으나,
그 이후 행적은 불분명함
시집 : {전위시인집}(1946), {창(窓)}(1948)
불길
그리운 사람이 있음으로 해
더 한층 쓸쓸해지는 가을밤인가 보다
내사 퍽이나 무뚝뚝한 사나이
그러나 마음 속 숨은 불길이
사뭇 치밀려오면
하늘도 땅도 불꽃에 싸인다
아마 이 불길이 너를 태우리라
이 불길로 해
나는 쓸쓸하고
안타까운 밤은 숨막힐 듯 기인가 보다
불길이 스러진 뒤엔
재만 남을 뿐이라고
유식한 사람들은 말하더라만
더러운 돼지 구융*같이 더러운 것
징글맞게 미운 것들을
모조리 집어 삼키는 불길!
이것은 승리가 아니고 무엇이냐
나는 일찍이 이렇게
신명나는 그리고 아름다운
불길을 사랑한다
낡은 도덕(道德)이나
점잖은 이성(理性)은 가르친다
그것은 너무나 두렵고
위험(危險)하지 않느냐고
어리석은 사람아
싸늘한 이성 뒤에 숨은
네 거짓과 비겁을
허물치 말까 보냐
네가 생각지도 못한
꿈조차 꿀 수 없던 그런 것이
젊은이 가슴에 손에 담겨서
그득히 앞으로만 향해 간다
외곬으로 타는 마음이 있어
괴로운 밤
나의 사랑 나의 자랑아
나는 불길에 싸여버린다
시인이 되기는 바쁘지 않다. 먼저 투철한 민주주의자가 되어야겠다.
시는 그 다음에 써도 충분하다."고 유진오는 자신의 시집 {창}의 발문(跋文)에서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그의 정치적 입장과 투쟁 경력으로 인하여 흔히 그의 시는 정치성이 강하고 혁명적 사상성이 투철하다고 판단하기 쉬운데,
이러한 판단에 맞는 시는 주로 초기의 <장마>, <횃불>, <3․8 이남>, <누구를 위한 벅차는 우리의 젊음이냐?> 등의 작품들이 해당한다.
그는 1946년 <누구를 위한 벅차는 우리의 젊음이냐?>의 창작으로 인하여 1년의 감옥 생활을 겪는데,
그 이후에는 선전 선동적인 시들보다는 그러한 투쟁 의식이 한층 내면화된 한 차원 높은 시들을 창작해 내게 된다.
그리하여 자기 자신의 언급에 비추어 본다면, 오히려 그는 투철한 민주주의자가 되지 못한 서정적 시인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 구융: 구유의 사투리. 구유는 마소의 먹이를 담는 큰 그릇.
향수
금시에 깨어질듯 창창한
하늘과 별이 따로 도는 밤
엄마여
당신의 가슴 우에
서리가 나립니다
세상메기 젖먹이
말썽만 부리던 막내놈
어리다면 차라리
성가시나마 옆에 앉고 보련만
아!
밤이 부스러지고
총소리 엔진소리 어지러우면
파도처럼 철렁
소금 먹은듯 저려오는 당신의 가슴
이 녀석이
어느 곳 서릿 길
살어름짱에
쓰러지느냐
엄마여
무서리 하얗게
풀잎처럼 가슴에 어리는
나의 밤에
당신의 옷고름 히살짓던*
나의 사랑이
지열(地熱)과 함께
으지직 또 하나의
어둠을 바위처럼 무너뜨립니다
손톱 밑 갈갈이
까실까실한 당신의 손
창자 속에 지니고
엄마여
이 녀석은 훌훌 뛰면서
이빨이 사뭇
칼날보다 날카로워 갑니다
히살짓다 : 헤살짓다. 짓궂게 훼방놓다.
이 시는 유진오의 마지막 창작으로 추정되는 작품으로, 그가 지리산에 문화공작대로 들어가서 지하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어머니에 대한 회한(悔恨)이 그의 투쟁 의지와 맞물려 적절히 형상화된 작품이다.
이 시는 그 의미 단락에 따라 두 부분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
전반부는 4연까지로 여기에는 주로 어머니에 대한 회한이 담겨 있다. 별빛 뚜렷한 어느 날 밤에 시적 화자는 그 별들을 바라보며,
지금 어디에선가 마찬가지로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자식을 그리워하고 있을 어머니를 떠올린다.
어머니는 자식 걱정에 '가슴 우에' 하얗게 '서리가 나'릴 것이지만, 자신은 그 어머니를 위해 아무 것도 해 드릴 수가 없다.
오히려 '총소리 엔진소리 어지러우면 / 파도처럼 철렁 / 소금먹은 듯 저려오는' 걱정만 끼쳐드릴 뿐이다.
늘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어머니는 사소한 소리에도 놀라 '이 녀석이 / 어느 곳 서릿 길 / 살어름짱에 / 쓰러지'는 것은 아닌지 가슴을 졸이는 것이다. 그러한 어머니에 대한 회한은 5연 이후의 후반부에서 '지열(地熱)과 함께 / 으지직 또 하나의 / 어둠을 바위처럼 무너뜨리'는 투쟁 의지로 승화된다.
시적 화자는 '손톱 밑 갈갈이 / 까실까실한' 어머니의 손을 자신의 가슴[창자]속에 꼭 담고, 그 거친 삶의 마디를 통해 승리의 의지를 가다듬는다.
그럴 때, '훌훌 뛰면서' 즐겁게 투쟁할 수 있고, 그러한 굳센 투쟁 의지에 '이빨'은 '사뭇 / 칼날보다 날카로워'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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