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素月(金廷湜)
*.김소월(金素月 1902 ~ 1934) 한국을 대표하는 민족시인
본명은 정식(廷湜), 소월(素月)은 그의 호. 1902년 8월 6일 평안북도 구성 출생으로 본관(公州)은 공주,
아버지는 성도(性燾), 어머니는 장경숙(張景淑). 2세 때(1903) 부친이 정주와 곽산 사이의 철도를 부설하던 일본인 목도꾼들에게 폭행을
당하여 정신병을 앓게 됨. 이후 광산업을 하던 조부의 보살핌과 가르침을 받고 성장함.
사립 남산학교(南山學校) 입학(1909) 및 졸업((1915), 오산학교(五山學校)중학부 입학(1915),
이 때 교편을 잡고 있던 김억(金億)을 만나 큰 영향을 받음.
고향 구성군 평지동의 홍명희의 딸 단실과 결혼(1916),
3·1운동 직후(1919) 오산학교가 한때 폐교되자 배재고등보통학교에 편입(1922), 졸업(1923) 함.
이후 잠시 낙향하여 고향에서 한동안 아동교육에 종사함. 일본 동경대학교 상과대학 전문부에 입학(1923).
동 년 9월 관동대지진이 발생하여 큰 혼란이 일자 학업을 중퇴하고 귀국함.
이후 4 개월 간 서울 청담동에서 유숙, 문우(文友) 나도향(羅稻香)과 사귀며 1924년 [영대(靈臺)] 동인으로 활동.
낙향 후 조부가 경영하는 광산 일을 도왔으나 광산업이 실패,
가세가 크게 기울자 처가가 있던 구성군으로 이사한 후 구성군 남시에서 동아일보지국을 개설,
경영(1926)에 나섰으나 또다시 실패, 심한 염세증에 빠짐.
1930년대에 들어 작품활동을 등한시 하게 되었으며 생활고가 겹쳐 생에 대한 의욕을 잃기 시작함.
1934년 12월 24일 오전 8시 고향 곽산에서 영면(아편을 먹고 음독 자살한 시체로 발견됨.).
사후 김억(金億)이 엮은 [소월시초(素月詩抄)(1939)],
하동호(河東鎬)·백순재(白淳在)이 엮은 [못잊을 그 사람(1966)]이 발간됨.
금관문화훈장이 추서(1981)되었으며 서울 남산에 시비가 세워짐.
金素月의 作品感想
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1904년 처가로 가던 부친 김성도는 정주군과 곽산군을 잇는
철도 공사장의 일본인 목도꾼들에게 폭행당한 후 정신 이상자가 되었다.
이후 김소월은 광산을 경영하는 조부의 손에서 컸다.
김소월에게 이야기의 재미를 가르쳐 주어 영향을 끼친 숙모
계희영을 만난 것도 이 무렵이다.
남산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15년 오산학교에서 조만식선생과
평생 문학의 스승이 될 김억을 만났다.
김억의 격려를 받아 1920년 동인지 《창조》5호에 처음으로 시를 발표했다.
오산학교를 다니는 동안 김소월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으며,
1925년에는 생전의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을 발간했다.
1916년 오산학교 재학 시절 고향 구성군 평지면의 홍단실과 결혼했다.
3·1 운동 이후 오산학교가 문을 닫자 배재고보 5학년에 편입해서 졸업했다.
1923년에는 도교 상업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같은 해 9월에
관동대지진이 발생하자 중퇴하고 귀국했다.
이 무렵 서울 청담동에서 나도향과 만나 친구가 되었고《영대》동인으로 활동했다.
김소월은 고향으로 돌아간 후 조부가 경영하는 광산일을 도왔으나
일이 실패하자 처가인 구성군으로 이사하였다.
구성군 남시에서 개설한 동아일보 지국마저 실패하는 바람에
극도의 빈곤에 시달렸다.본래 예민했던 그는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술로 세월을 보냈으며, 친척들로부터도 천시를 당했다.
1934년 12월 24일 곽산에서 아편을 먹고 음독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후 43년만인 1977년 그의 시작 노트가 발견되었는데,
여기에 실린 시들 중에 스승 김억의 시로 이미 발표된 것들이 있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김억이 제자의 시를 자신의 시로 둔갑시켜 발표했던 것이다.
1981년 금관 문화훈장이 추서되었으며 서울 남산에 그를 기리는 시비가 있다.
초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虛空)중(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시에서 소월이 표현하고 있는 죽은 대상이 누구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월이 설움에 겹도록 부르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시인이 애타게 부르고 있는 이름의 주인공은 소월이 사랑했던 여성
"오순" 이라는 이름의 여인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소월과 "오순"이라는 여성은 어떤 사이였을까?
소월은 십대 초반 같은 동네에 살고있는 3살 위의 여자아이 오순을 만난다.
둘의 관계는 친구사이의 우정에서 이성간에 느끼게 되는 사랑으로 발전한다.
둘은 남산에 있는 냉천터 폭포수 아래서 몰래 만나기를 즐겨했다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평탄치 않았다.
소월의 할아버지가 친구의 손녀 홍실단이와 정혼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소월은 14세가 되던 해 할아버지가 정혼한 대로 맘속에는 오순에게의
사랑을 간직한 채로 홍실단이와 혼인을 한다.
소월과 오순은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만다.
오순은 소월이 19세가 되던 무렵 결혼을 한다.
하지만 그녀의 결혼은 불행했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의처증이 심했고, 그로 인해 오순은 남편으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받아야 했다.
소월이 22세 되던 해에 오순이 세상을 떠난다.
그녀는 대꼬챙이처럼 말라죽었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소월에 대한 상사의 아픔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 후 소월은 "진달래꽃"에 <초혼>을 발표한다.
소월은 33세가 되던해 마약덩이를 먹고 자살한다.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深深山川)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끝에도 실 가지에.
봄 빛이 왔네, 봄 날이 왔네.
심심산천(深深山川)에도 금잔디에.
「금잔디」는 「개벽」19호(1922.1.)에 발표. 배재고보에 편입한 해에 「엄마야 누나야」
등과 함께 8편을 이 작품 속의 임도 가버린 임 - 죽은 임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시인의 정열을 쏟을 대상이 없다.
항상 헤어진 임 - 잃어버린 임을 그리고 있다. 민요적인 시.가락을 중요시 하고 있다.
주제는 봄의 애수에 젖은 정열. 그러나 이 정열의 대상이 눈에 뵈지 않는 임의 무덤이다.
소월은 이 무덤 속의 임이 다시 태어나리라는 극복의 정열을 왜 보여주지 않았을까?
만해도 임이 다시 오리란 것을 읊었고, 수주도 읊었는데.....
가는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 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고적한 날
당신님의 편지를
받은 그날로
서러운 풍설이 돌았습니다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언제나 꿈꾸며 생각하라는
그 말씀인 줄 압니다
흘려 쓰신 글씨나마
언문 글자로
눈물이라고 적어 보내셨지요.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뜨거운 눈물 방울방울 흘리며,
마음 곱게 읽어달라는 말씀이지요
길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였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定州) 곽산(郭山)
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十字)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눈물이 수르르 흘러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당신이 하도 못잊게 그리워서.
그리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잊히지도 않는 그 사람은
아주나 내버린 것이 아닌데도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가뜩이나 설운 맘이
떠나지 못할 運에 떠난 것도 같아서,
생각하면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님에게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추거운 베갯 가의 꿈은 있지만
낯 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 저무는 갓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 헤매고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추거운 베갯 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님의노래
그리운 우리임의 고운노래는 언제나 제가슴에 젖어있어요
긴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임의 고운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래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누워도 내 잠은 포근히 깊이들어요
그러나 자다깨면 임의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 버려요
들으면 듣는대로 임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말아요
동경하는 여인
너의 붉고 부드러운
그 입술에 보다
너의 아름답고 깨끗한
그 혼에다
나는 뜨거운 키스를.........
내 생명의 굳센 운율은
너의 조그마한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 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맘 켱기는 날
오실 날
아니 오시는 사람!
오시는 것 같게도
맘 켱기는 날!
어느덧 해도 지고 날이 저무네!
못잊어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데로 한 세상 지내시는구려
산다면 잊힐 날이 있으리다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데로 세월만 가라시는구료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무 심
시집 와서 삼년
오는 봄은
거친 별 난 별에 왔습니다
거친 별 난 별에 피는 꽃은
졌다가도 피노라 이릅디다
소식없이 기다린
이태 삼년
바로 가던 앞 강이 간 봄부터
굽어 돌아 휘돌아 흐른다고
그러나 말 마소, 앞 여울의
물빛은 예대로 푸르렀소
시집와서 삼 년
어느 때나
터진 개여울의 여울물은
거친 별 난 별에 흘렀습니다.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나는 꿈꾸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夕陽(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대일 땅이 있었더라면
이처럼 떠도르랴,아침에 저물 손에
새라새로운 歎息(탄식)을 얻으면서
동이랴 남북이랴
내 몸은 떠가나니, 볼지어다
希望(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의 아득임은.
물결 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가느른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 혼자..... 山耕(산경)을 김매이는.
밤
홀로 잠들기가 참말 외로와요
밤에는 사무치도록 그리워와요
이리도 무던히
아주 얼굴조차 잊힐듯해요.
벌써 해가 지고 어둡는데요
이곳은 인천에 제물포, 이름난 곳
부슬부슬 오는 비에 밤이 더디고
바다바람이 춥기만 합니다.
다만 고요히 누어 들으며
다만 고요히 누어 들으면
하이얗게 밀려드는 봄밀물이
눈앞을 가로막고 흐느낄 뿐이야요.
밭고랑 위에서
우리 두 사람은
키 높이 가득 자란 보리밭, 밭고랑 위에 앉았어라.
일을 마치고 쉬는 동안의 기쁨이여.
지금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꽃이 필 때.
오오 빛나는 태양은 내려 쪼이며
새 무리들도 즐거운 노래, 노래불러라.
오오 은혜여, 살아 있는 몸에는 넘치는 운혜여,
모든 은근스러움이 우리의 맘 속을 차지하여라.
세계의 끝은 어디?자애의 하늘은 넓게도 덮였는데,
우리 두 사람은 일하며, 살아 있었어
하늘과 태양을 바라보아라 날마다 날마다도,
새라 새로운 환희를 지어 내며, 늘 같은 땅 위에서.
다시 한 번 활기 있게 웃고 나서, 우리 두 사람은
바람에 일리우는 보리밭 속으로
호미 들고 들어갔어라, 가지런히 가지런히,
걸어 나아가는 기쁨이여, 오오 생명의 향상이여.
부모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삭주 구성(朔州龜城)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 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 리
삭주 구성(朔州龜城)은 산(山)을 넘은 육천 리요
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님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텐고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산유화(山有花)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산(山)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영(嶺) 넘어가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三水甲山)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서도 여운(西道餘韻) - 옷과 밥과 자유(自由)
공중(空中)에 떠 다니는
저기 저 새여
네 몸에는 털 있고 깃이 있지
밭에는 밭곡식
논에 물벼
눌하게 익어서 수그러졌네
초산(楚山) 지나 적유령(狄踰嶺)
넘어선다
짐 실은 저 나귀는 너 왜 넘니?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엄 숙
나는 혼자 뫼 위에 올랐어라.
솟아 퍼지는 아침 햇빛에
풀잎도 번쩍이며
바람은 속삭여라.
그러나...
아아 내 몸의 상처받은 맘이여.
맘은 오히려 저리고 아픔에 고요히 떨려라.
또 다시금 나는 이 한때에
사람에게 있는 엄숙을
모두 느끼면서......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처다 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옛 이야기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며는
어스레한 등불에 밤이 오며는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 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마한 세상을 보냈읍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었읍니다
그런데 우리 임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전날에 제게 있던 모든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읍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어 두었던
옛이야기뿐만은 남았읍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려줍니다
왕십리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별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가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차마 못잊어
야삼경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춘향과 이도령
평양에 대동강은
우리 나라에
곱기로 으뜸가는 가림이지요
삼천리 가다가다 한가운데는
우뚝한 삼각산이
솟기도 했소
그래 옳소 내 누님, 오오 누이님
우리나라 섬기던 한 옛적에는
춘향과 이도령도 살았다지요
이편에는 함양, 저편에는 담양,
꿈에는 가끔가끔 산을 넘어
오작교 찾아찾아 가기도 했소
그래 옳소 누이님 오오 내 누님
해돋고 달돋아 남원 땅에는
성춘향 아가씨가 살았다지요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져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다 당신 때문에 있습니다.
다시는, 나의 이러한 맘뿐은, 때가 되면,
그림자 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
오오, 나의 애인이었던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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