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어(大魚)를 찿아서 ■
휴우!! 20kg이나 되는 낚시가방과 30kg이 넘는 밑밥통을 내려 놓으면서 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 뱉는 거친 숨 소리다. 하기사 애월 서쪽에 있는 방파제가 길게 뻗어 있어서 낚시 포인트를 가려면 차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주차를 하더라도 낚시에 필요한 무거운 소지품을 들고 한참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숨이 찰 수밖에 없다. 포인트다 싶은 자리를 차지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십여명의 조사님들이 제나름 대로의 챔질을 열심히 하는 모습다. 그렇다고 해서 큰 녀석이 올라오는 건 보이지 않지만 자리돔이랑 뺀치(돌돔새끼), 아주 작은 잡고기들이 많은 모양이다. 오랜만에 찿은 바다. 내음이 좋다! 멀리 펼쳐져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해 본다. 퇴직을 하면서 부터 마누라가 경영하는 조그마한 노래연습장에 도움을 주다 보니 내 개인적인 취미생활은 제한을 받는 것이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차례 목요일과 일요일은 오름동호회에 가입을 하여 활동을 하지만, 직장에 있을때 보다는 시간적인 여유가 더 없는 것 같아 애석한 마음이 앞선다.
갯바위 낚시를 하기 위해서 애월 서쪽 방파제까지 오기에는 가문동으로 해서 구엄 돌깬아래, 고구마공장 아래, 남또리 절벽 포인트, 애월 팽생이 빌레, 가시름 양어장아래를 두루 걸쳤지만 별다른 조과는 보지 못했다. 소문으로는 오늘 최종적인 장소인 애월 방파제에서의 조과 소식은 전에서부터 심심치 않게 들은 터라 기대가 크다. 하지만 직접 이곳을 찿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왜냐하면 ... 나고 자란 곳이라 지인들이 많아서 라고 한다면 웃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 보기에 민망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하고 말이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참이나 서서 바닷물이 흐름에 내 맡겨진 찌를 주시 하지만, 어신이 없자 망망대해를 바라보다가 낚싯대를 거두어 옆에다 눕혀 놓고는 마을 쪽을 바라보니 애월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내가 어렸을 때 봤던 모습 하고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이젠 애월항에도 제법 큰배가 접안이 되어 있고, 고기 배들도 모두가 동력선들로 수척이 닷줄로 메어져 있는 모습이 한폭이 그림을 연상케 한다. 옛날에는 어쩌다 일년여 만에 애월항에 항아리를 가득 싣고 들어왔던 범선이나, 성창에 닷을 내리고 소를 싣고 가던 배가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큰 배였기에 종일토록 소를 밧줄에 묶어 싣는 모습을 구경하던 때가 생각이 나서 지금에의 애월항과의 대조가 되어진다. 물론 애월항의 규모도 몰라보게 넓고 좋아졌다. 옛날에는 애월포구 앞에 닷까진녀라는 암초가 있었는데 밀물 일 때는 안보였다가 썰물 일 때만 보였던 암초의 위치가 여기쯤일까 저기쯤일까 하고 헤아려 보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짐작하기도 어렵다.
바늘도 없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것이 아니기에 잔챙이의 입질에도 무관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조과가 좋은 건 아니다. 어느덧 하루의 해가 서쪽 하늘에 붉은 물감을 칠하며 기울어 간다. 이제 모든 것을 접고 가야 할 시간이다. 내가 태어나고 고등학교 시절 까지 살았던 동하동 집에는 노모님이 계신다. 여기까지 올 때에는 한 낮이라 어머님이 일터에 가셔서 안 계셨지만 지금쯤 집에 들려 조금만 기다린다면 뵙고 갈 수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다행이도 방파제를 나와 조금가니 커다란 마트가 보였다. 어머니께서 평소 좋아하시는 단감과 돼지고기랑 몇 가지를 더 샀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어머님은 안 계신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땅거미가 지고 집 앞에 있는 가로등에 불이 들어온다. 그제서야 어머니가 들어오시다가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시고는 올래에서 부터“누게고”한다, 그리고는 마당에서 서성거리는 나를 보더니 반색을 하며“무사! 무슨일 이시냐 ”하신다.
한 시간도 않되는 거리를 두고 살지만, 자주 찿아 뵙지 못하는 마음에 죄송스럽고 전화로 안부를 자주 드리지만 직접 뵙는 것 만할까. 어쩠거나 여든 살이 넘은 나이에도 밭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강한 어머님이 고맙기만 하다. 항시 소식(小食)을 하고, 그리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게 건강의 비결일까? 사촌형댁 밭에 갔었다는 이야기로 부터 어두운데 놀멍, 조심허영 운전하라는 얘기까지를 들으면서 뭔가를 내가 사온 것 보다는 분량이 많게 비닐봉지에 싸서 차에 싣고 가란다. 호박도 보이고 무우도 보인다.
내 옆을 지나는 차량들이 경주라도 하듯이 빨리도 달린다. 모두가 바쁜일이 있어서 일까 ? 신호를 받아 정차해 있는데 차량 한대가 비상 깜빡이를 켜고는 신호등를 무시하고 지나친다. 빨리 목적지에 가야하는 사정이 있나보다 했는데, 다음 신호에 걸려 정차해 있는걸 보고는“겨우 여기까지야”하고 듣는 사람도 없는 차 안에서 중얼 거린다. 그리고는 한마디 더 “놀멍 가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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